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가 AI 연구소 프라이어 랩스(Prior Labs)를 인수하기로 확정 계약을 체결했다. SAP는 향후 4년간 10억 유로(약 1조 5천억 원) 이상을 투자해 유럽에 세계적 수준의 프론티어 AI 연구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의 절대 강자가 AI 기초 연구까지 내재화하겠다는 선언이다.
SAP는 전 세계 수십만 기업의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공급망, 인사, 재무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 방대한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AI를 깊이 통합하려면 외부 모델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체 프론티어급 연구 역량을 확보해 기업 데이터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프라이어 랩스의 연구 인력과 기술이 SAP의 방대한 기업 데이터와 결합되면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이 인수는 AI 인프라에 대한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빅테크 기업들이 2026년 AI 인프라에 7000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고, KKR 같은 사모펀드까지 디지털 인프라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SAP는 인프라가 아닌 연구 역량에 집중 투자하는 차별화된 접근을 택했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두뇌에 베팅한 셈이다.
유럽에 프론티어 AI 연구소를 세우겠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AI 연구의 중심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편중된 상황에서 유럽 기반의 대형 연구소가 등장하면 글로벌 AI 연구 지형에 변화를 줄 수 있다. SAP가 이 투자를 통해 엔터프라이즈 AI 경쟁에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